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 규모는 무려 4307조 원에 달했다. 이른바 ‘시니어 머니’라고 불리는 거대한 자산을 선점하기 위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그리고 삼성생명 같은 주요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실버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연금·신탁·상속 관리 같은 금융서비스는 물론이고, 실버주택·요양시설·헬스케어 서비스까지 발을 넓히며 ‘시니어 토탈 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금융사들의 전략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변화는 은퇴 이후 자산 관리, 건강, 주거 안정을 종합적으로 챙길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글에서는 금융사들의 실버사업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세 가지 방향에서 살펴본다.
1. 연금·신탁·상속 서비스로 노후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금융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영역은 연금과 신탁, 상속 관리다.
활용 방법
연금저축,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비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어 절세 효과도 크다.
KB·신한 등은 ‘치매 안심 신탁’, ‘생활비 지급형 신탁’ 같은 맞춤형 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다. 건강 문제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더라도 생활비가 자동 지급되도록 설계할 수 있어 유용하다.
상속·증여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자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줄이고, 가족 간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즉, 금융사들의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을 넘어 안전하게 지키고 효율적으로 이전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2. 실버주택·요양·헬스케어 서비스로 생활 안정과 삶의 질 확보하기
금융사들이 최근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분야는 실버주택과 요양·헬스케어 서비스다. 단순한 금융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확장 전략이다.
KB금융은 ‘KB골든라이프’라는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중심으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토탈 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이미 7곳의 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며, 수원 광교와 서울 강동에 신규 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또, KB인베스트먼트는 시니어케어 스타트업 바이엘(byL)에 100억 원을 투자해 방문요양 서비스와 데이케어센터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 SOL 메이트’를 통해 연금·신탁·펀드 같은 자산관리와 함께, 하남·부산·서울 은평·송파 위례 등에서 시니어 복합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금융이 아니라, 은퇴자의 주거·돌봄·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다.
우리금융은 ‘우리 원더라이프’라는 시니어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생보사와 함께 시니어 종합금융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은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2027년 경기 고양시에 프리미엄 요양시설을 오픈할 예정이다.
삼성생명도 요양 전문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 설립을 준비하며, 고급 실버타운 ‘노블카운티’를 확장하고 있다. 수도권 요양시설 설립 계획까지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분명하다. 은퇴 후 주거지나 요양·간병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직접 요양시설, 실버주택,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연계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내 노후 주거와 건강을 금융사와 연결해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3. 시니어 전용 브랜드와 맞춤 혜택 적극 활용하기
최근 금융사들은 고령층 고객을 위해 별도 브랜드와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생활 곳곳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통로다.
신한의 ‘SOL 메이트’, KB의 ‘골든라이프’, 우리의 ‘원더라이프’, 하나의 ‘더넥스트라이프케어’처럼 브랜드가 다양해졌다.
이 브랜드들은 연금·신탁 같은 금융상품뿐 아니라, 건강검진 할인, 문화·여가 서비스, 요양 연계 프로그램 등 생활 밀착형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생명의 ‘노블카운티’와 같은 프리미엄 실버타운은 단순 거주 공간을 넘어 24시간 간병·의료·생활 지원을 결합한 고급형 주거 모델로, 은퇴 이후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싶은 고객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부분은, 각 브랜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 내 생활 패턴과 자산 규모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단순히 은행 창구에서 예금 상품을 가입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금융사 앱이나 전용 센터를 통해 자산 관리 리포트, 건강·주거 상담, 맞춤형 패키지를 함께 누릴 수 있다.
금융사의 실버사업은 곧 우리의 노후 기회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실버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령층이 이미 한국 자산의 중심에 서 있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흐름을 단순히 금융사들의 ‘새 먹거리’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사업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연금·신탁·상속 서비스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효율적으로 이전할 기회를 준다.
실버주택과 헬스케어 서비스는 삶의 질을 높이고 노후 생활의 불안을 줄여준다.
전용 브랜드와 맞춤형 혜택은 생활 곳곳에서 경제적 이익과 편의를 제공한다.
즉, 금융사들의 실버사업은 우리 노후를 더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다. 지금부터라도 어떤 금융사가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내 상황에 맞는 기회를 찾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노후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