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노후 생활비를 퇴직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평균 퇴직금 규모는 기대보다 적고, 받은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몇 년 만에 소진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절반 이상이 퇴직 후 5년 이내에 퇴직금을 대부분 사용해버린다고 한다. 의료비와 생활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퇴직금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퇴직금을 포함해 다양한 자산 운용 방법과 추가적인 현금 흐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한 4가지 핵심 전략을 살펴본다.
1. 퇴직금의 현실과 한계 이해하기
먼저 퇴직금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퇴직금 규모
근속연수와 평균 임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수억 원대 퇴직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근로자의 평균 퇴직금은 1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생활비와의 비교
부부 기준으로 월 250만~300만원은 최소 생활비로 잡힌다. 퇴직금이 1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단순히 생활비에만 쓰더라도 3~4년이면 바닥이 난다.
의료비와 자녀 지원비가 추가되면 소진 속도는 더 빨라진다.
소진 위험
목돈을 한꺼번에 받았을 때 투자나 소비를 잘못하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은퇴 후 퇴직금을 고위험 상품에 넣었다가 손실을 보고 생활이 불안해진 사례도 많다.
결론적으로, 퇴직금은 노후 생활비의 ‘출발점’일 뿐이지, 전체 노후자금을 책임질 수 있는 ‘완결판’이 아니다.
2. 연금 자산으로 생활비의 기본 틀 만들기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의 첫걸음은 연금화된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퇴직금처럼 한 번에 받는 목돈보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소득이 훨씬 안정적이다.
국민연금
기본 안전망 역할을 한다. 다만 월 평균 수령액은 60만~70만 원 수준이므로 생활비 전체를 충당하기는 어렵다.
퇴직연금
퇴직금을 한 번에 받기보다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방법이 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넣어 매달 나눠 받으면 세금 혜택도 있고 생활비의 안정성도 커진다.
개인연금
연금저축,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을 적극 활용하면 세금 절감과 노후 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핵심은, 퇴직금을 포함한 자산의 일부를 연금화해 ‘제2의 월급’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생활비의 기본 틀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3. 현금 흐름을 만드는 투자 전략
연금만으로 부족하다면, 현금 흐름을 만드는 투자가 필요하다. 50~60대 이후에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주 투자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우량 기업의 배당주는 매년 일정 수익을 제공한다. 국민연금처럼 정기적으로 현금이 들어온다.
고배당 ETF·리츠(REITs)
분산 투자 효과가 있고, 분기별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임대 수익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리츠도 노후 투자에 적합하다.
소형 부동산 임대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 소규모 부동산은 매달 월세라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 준다. 다만 입지와 공실 위험을 잘 따져야 한다.
저위험 금융상품
채권형 펀드, CMA,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도 일정 부분 편입해두는 것이 좋다.
요약하면, 자산의 일부는 매달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퇴직금이 금방 소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출 관리와 생활비 절약 습관
노후자금 마련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지출 관리다.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관리하지 못하면 금세 줄어든다.
고정비 줄이기
통신비를 알뜰폰으로 전환하거나,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매달 수십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식비와 생활비 관리
외식을 줄이고, 공동구매나 할인 제도를 활용하는 등 작은 습관 변화가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
의료비 대비
실손보험, 암보험 같은 필수 보장을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에 대비한 비상금 계좌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정부 지원제도 활용
기초연금, 에너지 바우처, 교통비 지원 등 고령층을 위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생활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지출 절감은 곧 숨은 수익이다.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퇴직금과 연금으로 마련한 자산을 훨씬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퇴직금은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다
퇴직금만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평균적인 퇴직금 규모와 노후 생활비를 비교해보면, 퇴직금은 은퇴 후 몇 년을 버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평생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퇴직금은 노후자금의 출발점으로 삼되, 반드시 연금 자산 확보 , 현금 흐름 투자 , 지출 관리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노후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이 들어오는 구조와 나가는 구조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다. 퇴직금만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략을 세워 준비한다면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